내 붉은 피부조차 분홍빛으로 봐줄 수 있다면
내 붉은 피부조차 분홍빛으로 봐줄 수 있다면
어린 시절 나는 많이 맞았다. 피부가 짓물러서 진물이 흘렀고 검붉게 부어올라서 늘 따가웠다. 내가 당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었기에 그대로 나뒀었다. 얼굴에 큰 딱지가 생기고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코끼리 피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는 더럽고 추하다’는 말을 듣고 거울을 볼 때면 정말 그 말이 정답인 것처럼 느껴졌다. 더 자라서는 맞아서 으깨진 것 같은 피부를 알콜이 묻은 휴지로 소독했다. 한국에서 파는 소주 라는 술은 알콜 성분이 아주 강하다. 나는 모두가 잠든 시간에 몰래 부엌에 가서 휴지에 술을 묻히고 얼굴을 닦았다. 그러면 얼굴에 딱지가 덜 생겼었다. 하지만 피부가 아주 예민해졌고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늘 새빨갰다. 나는 내 얼굴이 부끄러웠다. 보기만 해도 아픈 피부를 지닌 것 같고 내 추함을 들킬 것 같아서 슬펐다. 내게 빨강은 차갑고 슬픈 색이었다.
어느날 지원이 어머님을 만났다. 지원이 어머니는 윤아 뺨은 발그스레한 장미빛이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빨강과 장미색. 같은 붉은 색을 뜻하지만 느낌이 아주 달랐다. 장미색이라는 말이 몹시 예뻤고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아서,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여졌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 들여다보고 비난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심할 수 있었다. 하나를 보아도 누군가는 다른 표현으로 말을 한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내 피부는 예전처럼 붉지 않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막 샤워를 마친 이후나 유난히 붉은 정도다. 그저 차가운 겨울바람이 지나간 것 같은 색이 되었다. 이런 나를 장미빛 뺨을 지닌 사람으로 봐준다면 그건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사랑이 있다면 대상의 있는 그대로가 고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니까. 마음의 창을 통해 보는 그 대상이 부드러운 순정에 살며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인다. 사랑은 사실을 곡해하지 않으면서도 대상의 취약한 면조차 포용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내가 당신에게 장밋빛 뺨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눈은 중요하지 않다. 이 세상에서 당신만이 나를 장미빛 뺨으로 봐준다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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