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8일 일기
실은 얼마 전에 유럽으로 그림을 보냈을 때 배송 회사에 전화해서 저는 이러한 수상 경력을 지닌 작가인데 작년에 이태리로 그림을 두 번 보냈었고 앞으로는 여기서 더 많은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예정이다, 그런 제게 지금 조금 도움이 필요하다, 회사 내에서 정해진 할인율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지금 세상과 사람의 선의를 믿고 싶다고 이해를 부탁하는 아주 긴 통화를 했다. 도움을 구걸하는 내가 꼴사납고 구차했다. 하지만 상금은 너무 적고 시국이 시국인 이상 내가 버텨야 할 시간은 너무 길었다. 그리고 난 어그러진 손 때문에 작품 활동 이외의 것으로 손을 사용하기도 어려웠다. 이 모든 게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겠고 혹은 염치없는 거지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대학생 때 너무 배가 고파서 누가 미대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 내놓은 짬뽕에 밥을 비벼 먹은 적도 있었다. 고고한 학처럼 보이는 자존심을 때에 따라 아주 잘 내려놓기도 한다는 소리다. 절박해지면 못할 것이 없다. 세상 일이 어렵고 힘들다. 좀처럼 내 마음대로 쉽게 되주질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는 단서가 내 손으로 좌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건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다. 가끔 자기 전에 그날 구구절절 부탁했던 전화 내용이 생각나서 쪽팔린다. 하지만 창피한 건 창피한 거고 일은 일이다. 내게 들어온 기회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더 큰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잘 돼서 다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고 그렇게 해서 거대한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그게 내가 진짜 바라는 일이다. 그러니 일단은 누군가가 나를 도와줘서 넘길 수 있었던 순간 자체에 감사해하고 그걸 꾸준히 기억하고 싶다.
-2021년 5월 8일 일기, 이때의 내 마음, 내 구걸, 내 절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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