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9일 일기

 2020년 2월 9일 일기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었다. 2년 전 그사람을 본 이후로 내내 그사람을 생각했다. 그 때 그사람을 보자 마자 내가 했던 일이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를 계속 생각했다. 수명을 대가로 하는 일들은 그 후에 여파가 크기때문에 종종 후유증에 시달리곤 했다. 혹시 내가 그 사람을 보고 싶은 것이 그때 내가 했던 일에 대한 보상심리가 아닌지 의심했었다. 하지만 대상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내가 먼저 나서서 하는 일들에는 보상심리가 작용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나의 무조건적인 호의에 의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을 다시 보고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그 사람을 보면 지난 2년간 보다 더 마음이 크게 요동칠 것 같은데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보게 된다면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생에서 우리가 약속을 했다한들 전생과 현생은 다른 것이었다. 나 혼자만 알고 지나가면 됐다. 그냥 가끔씩 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그사람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이 두렵기도 했다. 내가 그 시간들을 버틸 수 있을까 무서웠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람에게 닿았을 때의 파장과 그사람의 인생을 흔들 것이 걱정스러웠다. 평생 나없이 잘 살아왔던 사람에게 이제 와서 나는 왜… 나라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당신과 만나고 싶다고, 우리 그 약속을 지키자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역시 그 남자에게 헤아릴 수 없이 이끌려서 그런 것일까.


어쨋든 그 날이 됐다. 어떤 날의 표를 사야할지 고민했는데 그냥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그사람을 보고 내 마음을 정리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표를 샀다. 근처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집단 광기라는게 이런 것인가. 하지만 이 열기를 받아낼 대상은, 차가운 곳에 홀로 서야하니까 이 뜨거움을 한 몸에 받아내는게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사람 생각을 알 수 없지만은.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검정 옷을 입은 그 사람을 쳐다봤다. 나는 왜 과거의 약속에 얽매여서 당신을 또 보러왔을까. 눈앞이 뿌얘졌다. 주변이 시끄러웠지만 그 자리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놓여져 그사람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때마침 배경음악으로 ‘My heart will go on’이 나왔다. 이 과정들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져서 조금 웃기기도 했다. 이게 뭐야. 오지 말걸. 내게 감정이 파도치듯 밀려왔다. 감내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당신은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를텐데 나 혼자만 이런 감정에 젖어있다는게 우습기도 했다. 

나는 당신을 보면서 전에 내가 생각했던, 가끔씩 저사람 안부나 검색해봐야지 정도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신이 보는 수많은 사람중 하나가 되고싶진 않았다. 이게 무슨 마음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이게 독점욕인 것인지 소유욕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잘 구분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저사람과 일대일로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2년만에 그사람을 다시 보며, 적어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만큼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며칠간 내가 있는 그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오늘 저녁에 연기가 가장 취향이었다. 나의 작품 세계관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었고 달빛이 비친 호수에 푸른 바람이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웠다. 역시 나는 저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