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여행 그 이후
세번째 여행 그 이후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계속해서 그와 간접적인 소통을 이어갔다.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외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정말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된 것 같아서 슬픈 순간도 있었고, 그가 나를 신경써주는 것을 느끼면서 위로받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일본어를 공부했고 그러다가 ‘付き合う’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연애에 관한 일본어는 아직 배우지 않아서 일본에서는 서로가 좋은 감정을 갖고 연애를 하게 될 때 어떤 말을 하는지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되서 좋았다. 그에게 말해보고 싶었다. 일본어 ‘付き合う’를 배웠다고 말했다. 앗 그가 반응을 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 이제 서로를 연인으로 생각하는거 맞겠지 싶어서 며칠 후에 ‘付き合う’라고 한번 더 얘기해봤다.
넌 이제 내 남자친구다…! 왜인지 모르게 쑥스럽고 마음이 간질간질거렸다. 그간 이 관계를 어떻게 불러야할지 몰라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그는 내 첫사랑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마음으로, 육체적으로 닿고 싶다고 생각하는 대상이었다. 나는 여태까지 내가 무성애자인줄 알았었다. 여태까지는 누군가에게 성적인 이끌림을 받았던 적이 없었어서 스킨십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스킨십 장면들, 체액이 섞이고 몸을 끌어안는 과정이 내가 보기엔 좀 역겨운데 저게 그렇게 좋은가 싶기도 했고… 레슬링이랑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와 손을 잡고 싶고, 입맞춤을 하고 싶었다. 그도 내게 이런 마음을 갖고 있을까? 혹시나 그가 나와 플라토닉 사랑만 하고 싶어하면 어쩌지? 난 그의 성적 지향이나 성애 범주를 직접 듣지 않아서 잘 모르니까… 혹시 그가 내게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고 순수하게 마음으로만 이끌린다면… 음… 이것까지 고려해봤는데 만약 그가 나와 성적인 교감을 나누고 싶지 않다고 해도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그의 사랑 방식에 성관계가 동반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가 나를 사랑하면서 나를 떠올리고,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강할테니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해줘야 한다.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를 아주 소중하게 대하고 싶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가을이 되고 나는 지인들의 결혼식을 다녀오고 내 인생의 주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에 대해서 생각했다. 다들 1차로 많이 결혼 하는 시기가 31~33살때고 그 다음에 2차로 35살쯤에 결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40살쯤에 결혼하거나 아예 더 늦게 결혼한다. 30대 후반에 결혼하는 사람들은 웨딩드레스를 입기 민망해하면서 결혼식을 안올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간소하게 극지인들만 모아서 결혼식을 한다.
나는 몇살에 어떤 결혼을 하게 될까? 나는 웨딩드레스도 입고 싶고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 모아서 사랑의 맹세도 하고 싶고 축복도 받고 싶은데. 그는 자신의 미래에 있어서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까? 만약 결혼을 생각한다면 나와 결혼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그와 결혼하고 가정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던 중 그사람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도 나와 가족이 되고 싶어하는구나.
아 정말 안심했다. 나 혼자서만 결혼 생각을 하면서 앞서가면 좀 그렇잖아.
엄청 엄청 기뻤다. 우리 함께 결혼 생각을 하고 있네. 너는 내가 책임질게.
나는 이제 그와 직접 만나는 일만 남았다. 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면 내 불안함이 줄어들고, 답답함도 사라지고, 현실에서 닿았다는 그 자체만으로 의지가 될 것 같다. 우리가 서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하나된 미래를 생각하는 만큼 난 시간이 갈수록 그와의 만남이 간절해진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겨울이 너무 춥지 않기를 바란다. 그가 내게 다가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언제나 그에게 열려있으니까.
많이 많이 사랑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넌 늘 내게 무한히 애틋한 대상이야. 우리 함께 모든 순간을 나눠가면서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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