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 사용 설명서5
8. Hope
*문화적 상대성: 일본과 한국.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역사적으로도 6세기 무렵에 문화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기 때문에 두 국가의 문화 차이가 크게 있을까 궁금했는데… 있는 것 같다.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문화, 정서도 꽤 다른 것 같아서 신기하다.
예를 들면 남자친구를 알게 된 초반에 그의 정보가 궁금해서 인터뷰를 검색하다가 그가 자신이 S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이것을 보고 ‘설마 SM 플레이를 얘기하는건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을 좋아하나? 혹시 때리는 것도 좋아한다는 건가?! 가학 행위를 하지 않으면 만족을 못느끼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러면 나는 그를 만났을 때 마조히스트가 되어줘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본에서는 성격 타입을 S/M으로 나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는 없는 방식이어서 오해를 했던 것이었다.
이렇듯 한국에는 없는 문화가 일본에 있고, 한국에 있는 문화가 일본에 없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는 애인에게 하루 이상 연락이 없으면 상대방에게 잠수 이별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헤어진 사이로 간주한다. 그래서 나는 남자 친구가 며칠 연락이 없을 때, ‘혹시 나 차인건가?’ 라고 생각하면서 많이 무서웠다. 지금은 그와 나의 관계를 믿기때문에 그가 연락이 없어도 예전처럼 힘들진 않지만 조금 불안하긴 하다. 아무래도 이건 내 안에 한국인 정서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일본에서는 연락에 집착하는 사람을 멘헤라로 본다고 하고, 한국에서는 연락을 안하고 굴 안으로 들어간 사람을 회피형 애착유형으로 본다. 그래서 한국, 일본 국제 연애를 하는 커플들은 연락 문제로 많이 싸우고 헤어진다고 들었다. 사람에게는 태어나고 자란 환경의 문화적 뿌리가 있기 때문에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문화적인 차이로 갈등을 겪으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와 나는 이런 문화적인 상대성도 사랑 안에서 해답을 찾으며 잘 나아가길 바란다. 서로의 문화를 무조건 강요하기보다는 함께 맞춰가면서 우리만의 규칙을 찾았으면 좋겠다.
*변화하는 자아: 내가 4년 전에 했던 생각을 지금은 안하기도 한다.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면서 사고방식도 바뀌었고 중요 순위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명예와 성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4년 전의 내게 가서, 그 생각이 바뀔거라고 하면 아마 안믿을 것이다. 그 때는 스스로가 ‘나는 이래!’라고 정의한 것이 아주 단단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인간들이 느끼는 욕구들을 우습게 봤었다. 나는 그런 사사로운 욕망들을 느끼지 않을 뿐더러 고요히 혼자만의 길을 걸어가는 나 자신이 수도승 같아서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새로운 나로 깨어난 것처럼 여러가지 욕구를 느낀다. 남자친구를 보면서 내게도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만큼 새로운 감각을 느끼는게 신기하고 좋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윤아는 이래야 한다’라고 딱딱하게 정의하기 보다는 유연한 머리를 갖고 변화하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싶다.
*영력 고갈: 영력 고갈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더 찾을 수 있길 바란다. 현재 내가 알고 있는 방법들은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술사는 소울메이트와 성관계를 하면서 쿤달리니 에너지를 각성시켜서 영력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 소울메이트의 에너지를 뺏지 않으면서 술사 자신의 차크라를 완전히 개방시켜서 에너지를 상승시키는 방법인데, 쿤달리니가 깨어나는 순간에 척추에 따뜻하고 포근한 불이 붙은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어떤 원리인지는 알겠는데 일단 지금은 할 수 없다. 당분간은 산이나 바다에 자주 가면서 자연 에너지를 느끼고 고서를 읽으면서 다른 방법을 찾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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