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터뷰 준비ㅡ 끝

 소감


 나는 늘 0에서 일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기획서를 써서 오픈콜에 접수한다. 1차에 통과하면 인터뷰를 보고, 2차에 이르면 갤러리스트와 대표 앞에서 내 작업을 설명하고 설득한다. 이 모든 과정은 늘 혼자 감당해왔다.

나는 슬프게도 완벽주의자다. 대충 해보는 법을 모르고, 매번 나의 거의 전부를 쏟아붓는다. 그래서 하나의 과정이 끝날 때마다 나 자신까지 태운 것처럼 완전히 소진된다.

작년 4월 말쯤, 내게 아주 좋은 기회가 왔었다.

그만큼 단단히 준비했고, 인터뷰에도 최선을 다해 임했다. 골인이 정말 코앞에 있다고 느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이만큼 진이 빠지도록 준비했는데도 결국 잘되지 않았다는 허탈함, 내 작업적인 가치에 대한 의문, 프레젠테이션을 더 잘했어야 했다는 후회, 그리고 결국 부족한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 몇 달 동안 이어졌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좌절감은 평소와는 다른 종류였던 것 같다. 한동안은 공모전에 접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더 해보기 전에 내 멘탈을 먼저 수습하는 게 필요했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도 갤러리와 인터뷰를 떠올리는 일은 여전히 버거웠다.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질리고 무서웠다. 차라리 그런 으리으리한 곳에서 전시를 안 하고 말지, 하는 패배주의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언제까지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할까. 그 질문이 반복될수록 경쟁 그 자체가 너무 피곤해졌다. 이기고 싶다기보다 그냥 즐기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2024년에는 경쟁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2025년에 다시 한 번 좋은 기회가 와서 뛰어들어 보았지만, 그 과정은 또다시 너무 고통스러웠다.

오히려 나라는 사람이 꺾이는 느낌에 가까웠다. 결국 2026년에 이르러, 나는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목표가 없는 게 목표입니다.’

큰 곳에서 전시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내 소중한 일상과 에너지를 더 이상 던지고 싶지 않다. 나는 이미 충분히 괴로웠고 경쟁이라는 것도 충분히 해봤다고 느낀다. 이제는 내 손에 닿는 곳, 그리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곳에서 둥둥 떠다니며 작업하고 싶다.

사람들 눈에 내가 루저로 보인다면, 아마 루저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당신들 생각이 다 맞고, 내 생각도 맞다. 나는 내가 즐거우면 그걸로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