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윤아 9번째 개인전 조개껍데기


 어둠은 종종 빛보다 강하게 작동합니다.

빛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의지와 선택이 필요하지만,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는 일에는 별다른 결심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절망은 쉽게 스며들고, 사람은 그것에 천천히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익숙해진 상태는 어느 순간 편안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지 않아도 되고, 더 애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그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빛을 바라보려는 마음과 이미 익숙해진 어둠 속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어둠은 빠르고 단순하며 유혹적이지만, 선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늘 더디고 어렵습니다. 어렵게 세운 마음의 균형은 작은 균열에도 쉽게 무너집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사실은 때로 인간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에는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희미하지만 분명한 감각이 남아 있습니다. 선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는 거대한 신념에서 비롯되기보다, 무너지지 않으려는 작은 결심에서 시작됩니다.


조개는 위험을 감지하면 단단히 몸을 닫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은 움츠러듦이나 멈춤처럼 보이지만, 그 닫힘은 포기가 아니라 보존의 방식입니다. 거센 바다 속에서도 조개 껍데기는 쉽게 부식되지 않으며, 닫힌 시간 속에서 내부의 생명은 조용히 보호됩니다.


인간의 마음 또한 그와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상처와 폭력, 불합리한 세계 앞에서 때때로 스스로를 닫습니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한 태도입니다. 분노가 증오로, 증오가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는 연쇄 속에서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 설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조용한 버팀의 형태를 바라봅니다. 선을 향한 선택은 언제나 밝은 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어두운 시간 속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지키는 태도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조개 껍데기는 바로 그러한 마음의 형상입니다.

웅크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보호이며, 침묵처럼 보이지만 붕괴가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도 쉽게 부식되지 않는 단단한 껍데기처럼, 인간의 내면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 닫힌 시간 속에서, 다시 열릴 순간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026/3/30-4/26 

11:00 - 22:00

경기 군포시 산본로323번길 20-25 4층 베타클럽

Beta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