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개 white dog

 

흰 개 white dog, pencil on paper, 00:17, 2021


 꿈에서 나는 오래된 싸움에 지쳐서 죽을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에선 쇠 냄새가 느껴졌고 눈꺼풀이 무거워 흐릿해지는 시야에는 저멀리에 있는 A가 내게 외마디 부르짖는 게 보였다. 그러나 이미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곧 흰 개로 변성했다. 작은 개에서 큰 개로, 큰 개에서 새끼 개로 연거푸 변화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B는 이 부족은 죽을 때가 되면 개로 돌아간다더니 정말이었다고 하며 새끼 개로 변한 나를 품에 안아올렸다. 흰 개의 몸은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흰 개는 무언가를 찾아서 달리는 마냥, 연신 쌕쌕대며 다리 관절을 움찔거렸다. 나는 흰 개의 숨이 멈추는 순간 잠에서 깼다.  꿈을 떠올리면 세상 끝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든다. 지금 나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개가 찾아야 했던 종도 이름도 모르는 무언가를 마주할 수만 있다면 쓸쓸한 마음을 달랠 있지 않을까 싶어서 흐릿한 기억 속을 계속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