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해의 스케치


*조만간 출판될 하드커버 아트 북에 내 작품이 실린다. 이 아트북은 마드리드, 포르투갈, 바르셀로나 아트페어에 전시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번역가와 함께 내 인터뷰를 번역하며 언어가 어떤 방향으로 전달되어야 할지 깊이 사유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작품과 나를 동일시하고 싶지 않아서 따로 분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는 실제 작업 진행에 있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그간 작품을 진행할 때 사용하지 않았던 색상을 사용한다든지, 연출에 있어서 긴장감을 주려고 노력했었다. 새로운 페인팅 기법도 많이 시도했었다. 아마 지금은 내가 페인팅을 할 때 주제에 따라 서너 가지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드는 생각은 작품과 나를 분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에 작가의 사유와 지나온 삶이 배어 나올 때 생기는 힘을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작가가 온전히 작품 속에서 살아왔을 때, 보는 이는 작품에서 작가가 지나온 길을 걷는다. 인생이라는 광활한 여정 안에서 감도는 고요한 힘이다.


*미술은 작품을 만든다고 해서 그게 바로 경제적인 가치로 이어지지 않는다. 내가 어떠한 것을 시각화하여 물질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익로 편승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작가가 비물질적인 직업으로 느껴진다. 그래 비물질적인 성질의 직업. 가끔은 내가 내 소득에 아무런 보탬이 안되는 예쁜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러면 더 작업을 하기 싫어진다. 작품을 제작하는 나를 스스로 존중할 수 있어야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러려면 작가가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 작품을 만드는 나를 스스로 대접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라는 직업이 비물질적이어서 손에 잡히지 않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고 그로 인해 불안해진다면, 작품의 아웃풋보다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중심을 두면 어떨까. 그런데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선생님은 내게 스스로에 대한 감사일기를 매일 써보라고 하셨다. 예시 중 하나는 ‘윤아야 내가 이렇게 수상을 했던 건 힘들고 지친 나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서 인내하고 그린 덕분이야. 그림은 그리지 않으면 감을 잃잖아. 그런데 내가 매일 매일 그려서 감을 잃지 않고 성장한 거야. 그래서 성과를 만난 거야. 그런 힘든 날 없이는 불가능해. 다 의미 있어. 내가 몸이 아파서 작업하기 힘들었던 날, 작업하기 싫었던 날.. 모두 쉬지 않고 어떻게든 캔버스 앞에 앉아서 그날 목표한 양을 그려왔어. 너무너무 잘했어. 모든 시간들은 다 쌓일 거야. 수고 많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건 힘든 건가 보다. 올해 내 성향이 많이 바뀌었음을 통감한다. 어느 하나 낙관하기 쉽지 않군. 그리고 실제 나는 더 입체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인데 아무래도 여기에는 내 사적인 에피소드와 생각까지 다 적을 수 없으니 적당히 말을 흐리게 된다. 과연 나는 올해 어떤 선택들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