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l June
1. 열이 날 때는 별생각이 다 든다. 담배 연기고 도로의 매연이고 내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모든 것부터 저 멀리 떨어져서 무공해 유리온실에서 살면 어떨까 이런 비현실적인 생각부터 지금 깊은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물에 빠질 때 시야를 확보할 만큼의 충분한 빛이 없으면 자신이 수면 위로 올라가는 건지 바닥을 향해 가는 건지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침잠일까 상승일까. 뭐 쓸모없는 생각이다. 어차피 나 수영 못하잖아. 그래도 물에 들어가고 싶다. 물이 일렁이며 내 다리 옆에서 찰랑이는 그 감각과 손가락들을 펼치고 수면 밑으로 손을 넣으면 수면 장력을 통과해서 서늘함 속으로 쑥 들어가는 느낌을 만끽하고 싶어. 부드럽게 유영하며 어디로든 흐를 수 있을 것만 같은 물의 감각. 몸에 열이 나니까 반대로 자유로워지고 싶은 걸까. 난 여름이랑은 정말 잘 안맞나봐. 12월 동지에 태어났으니까 하지의 여름이 낯설 수도 있지. 아무렴ㅋㅋ
2.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쩌면 이 시대의 흐름에는 인스턴트 스타일이 더 잘 어울리고 그게 자연스러울 수도 있어.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겠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때가 지나면 한 관계의 시대가 종료되고 또 다른 관계가 생기는 것처럼. 그래도 음.. 나는 영원성이 있다에 한 표. 절대적인 가치의 인간 관계는 시작과 끝으로 가를 수 없는 것 같아. 왜냐하면 인간은 각기 다른 근원적인 결핍을 지니고 태어났기에 추구하거나 갈망하는 가치도 개별적인데, 이런 지향과 가치가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영원성이 피어나는 것 같다. 비단 사랑이라는 게 성애적 관계에만 함축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는 것, 서로의 가슴 안에 맺힌 무언가를 헤아릴 때 비로소 약동하기 시작하는 거 아닐까..
3.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면 아무도 내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베개는 내가 남긴 자국을 기억한다. 내가 그렇게 눈물을 토해낸 베갯잇은 살아내면 결국 의미가 생긴다고 말했다. 에밀리 디킨슨은 초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꿀과 클로버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게는 청포도과 흰옷을 한아름 안겨줬으면 좋겠다. 풋냄새가 나는 모든 것들은 싱그럽다. 어떤 것들은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건넜고 어떤 것들은 또다시 내게 돌아오려고 한다. 시간은 움직인다.
4. 드라마를 보다가 인상깊은 대사가 있어서 기록한다.
“ 왜 실패를 과정안에 안껴주지? 실패하는 것도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포함시켜줘야죠.” “고통에 익숙한 사람, 견디는게 디폴트인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괜찮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혹시 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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