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날 좋아해준 사람들은 언제나 고맙다. 그리고 누군가가 전처럼 날 찾지 않는다 해도 고맙다. 모두가 잘 지내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마 내가 늘 성취를 이뤄야 한다고 외쳤던 건 그렇게 날 압박감으로 몰아가야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을 거라는 생각때문이었을 거야. 내 나약함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가혹하게 굴었어. 그런데 혹시 나 자신에게 소리쳤던 말이 너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갔다면 미안해. 얼마든지 쉬고 느리게 흘러도 돼. 제때 쉬는 거 중요하지.

 이제 계획했던 중요한 작업 1개 남았다. 넌 어땠어? 내가 작업에 대해서 시시콜콜하게 얘기하는 것들 말이야. 나는 만들어가는 게 무척 중요했어. 작업은 나를 숨 쉬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내게 균형감각을 심어주는 아가미같아. 여튼 그래. 어느새 8월이야. 연초에 계획했던 것을 다 그려내야 한다는 생각에 작업에만 몰두했었고 특히 6월, 7월이 바쁘게 지나갔어. 어느 순간부터는 손이 되게 빠르게 움직였는데 내 의식보다 손이 더 앞서서 움직인다는 느낌이었어. 그러는 동안 손목에 불타는 것 같은 작열감이 일었는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 감각도 못 느꼈던 것 같아. 말이 희안하지? 좀 독특한 느낌이었어. 작업 결과물에는 만족해. 어떤 시기가 되어야 그릴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아마 10년 전에는 이렇게는 못그렸을 것 같아서. 테크닉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그냥 지금쯤 이걸 그리는 게 맞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다시 천천히 진행하고 있어.


 내가 작년에 제일 많이 읽었던 시를 다시 읽어봤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는 아닌데 그냥 왠지 모르게 자주 읽게 되더라.


‘더러운 물에서

연꽃이 피었다고

연꽃만 칭찬하지만

연꽃을 피울 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걸

왜 몰라.


내가 연꽃이 사는 

집이라는 걸

왜 몰라. 


이장근/ 왜 몰라’



 요새 내가 사는 곳에는 비가 무척 많이 내렸어. 친구가 ‘You are obviously warrior princess. You have suffered a lot, you have a lot to cry about. Both our cities cry with you’ 라고 하던데.. 음.. 글쎄 눈물에는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 같아. 되게 많은 생각이 드는데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왜냐면 나는 어떠한 키워드나 주제가 있으면 다각도로 생각하려는 편인데 보통 내가 말을 하면 사람들은 어느 하나에만 포커스를 하잖아.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 중 왜곡되는 게 종종 있어. 그러다 보니 점차 내가 갖고 있는 의견 중 트러블로 키워지지 않을 법한 말을 골라서 하게 되는 것 같아. 


 억울하고 서럽고 괴로웠던 마음에 대해서 내려놓을게.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는 누군가의 동의가 더 필요하지 않아. 더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는 감각이 분명 내 안에서 있어서 이미 충분하거든. 

‘검정 머리’부터 ’붉은 머리 아’, ‘흰 머리’, ‘분홍 머리 쉘’에 이르기까지 음.. 아주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이야기고 이걸 촘촘하게 전개하는데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몇 년이 걸릴 줄이야.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시간을 벌었던 걸까? 잘 모르겠어ㅋㅋ  


 최근에 말이야. 나비를 그릴 수 있어서 좋았어. 내가 아주 좋아하는 게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나비야. 

나는 나비가 너무 좋아. 나비는 마음과 영혼을 상징하고 더 나아가서는 신화 속의 프시케를 뜻하기도 하지. 그리고 프시케는 에로스의 아내며 에로스는 사랑을 뜻해. Psychology, 및 Psych-로 시작되는 접두사 모두 프시케 Psyche를 어원으로 해. 나비의 개념적 확장도 좋고 그냥 나비의 생김새 자체가 좋기도 해. 연약하게 생겼지만 어디로든 나폴나폴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잖아. 

그런 것들이 몇 개 있었어. 나비, 연꽃, 토끼, 문스톤 등등